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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이미지로 만들어진 것들에 대해서..

YandH 2012. 11. 28. 04:14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YES24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저, 뜨인돌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홍콩을 여행할 때를 떠올리게 되었다.

많은 Implication을 주는 책이었지만, 홍콩에 관해서만 적겠다.


 세계사를 통틀어서 경제적 중심지였던 곳은 후세에 브랜드가 되지 못하고, 문화적 중심지엿던 곳은 후세에 브랜드가 되는 경향은 흥미롭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과 프랑스를 예로 들 수 있다. 확실히 영국은 경제적 중심지였고, 같은시대에 프랑스는 문화적 중심지였다. 세월이 흘러서 경제적 중심지와 문화적 중심지가 모두 미국으로 이동하였지만, 영국은 브랜드가 되지 못했고, 프랑스는 확실히 브랜드가 되어, 세계에 기호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를 따져본다면, 사람의 기억에서 가장 오래남는 정보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내가 어떤 사람을 어제 만났다면, 나는 그사람의 이름,얼굴,나이,직업, 풍기는 이미지등을 모두 기억하고있겠지만,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름도, 얼굴도 모두 희미해지고 남는거라곤 오직 그 사람의 이미지밖에 없다.

 

 때문에 이미지는 가장 오래 기억되고, 사람의 인지과정에서 분명히 강력한 뭔가를 만들어낸다. 이미지는 추상적이지만 강력하고 어떠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홍콩에서 지내던 때의 이야기다. 방값이 싸다는 이유만 믿고 아주 위험해보이고 싸구려인 빌딩에서 묵게 되었다. 방에 들어온지 몇시간이 되지 않아서 내 방에 강도도 들었으니 말 다했다고 본다. 그때부터 나는 마음속으로 불안에떨며 싸구려 숙소를 탓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몇시간이 뒤에 내가 묵고있는 이 빌딩(Chungking mansion)이, 그 유명한 왕가위감독의 중경삼림(Chungking express)의 배경이된 곳인 동시에 전 세계 배낭여행족들의 경외 비슷한것을 자아내는 대단한 곳임을 알았다. 그런데 그때부터 이 싸구려 빌딩의 구석구석이 멋져보이는 것이 아닌가?

 

 사실 홍콩이란 곳 자체가 대부분 이런 식이다. 빌딩의 1,2층은 정말 번쩍번쩍하고 세련된 건물이지만, 사람이 사는 3층 이상부터는 보기만해도 갑갑해보이는 창문에, 이리저리 걸려있는 빨레며, 창유리는 왕왕 깨져있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정말 구리다.(http://cfs15.tistory.com/image/4/tistory/2009/07/28/04/10/4a6dfb953cc8b)

 

 그런데, 이러한 홍콩이 멋있어보이는 이유는, 저 허름한 창문을 열고, 금방이고 런닝만 입은 장국영이 담뱃불을 붙일것만 같고, 더러운 길거리를 제복을 입은 양조위가 순찰하러 나올것만 같기 때문이다.

 즉 홍콩영화에서 습득된 이미지가 그대로 덧입혀져 오래된 빌딩일지라도 낭만적으로 보이기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의외로 우리 주위에 만연해서, 할머니가 들고다닐 것만 같은 가죽가방이, PRADA 마크만 달려있으면 멋져보이고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978F01B4C1DF5006A), 명문대를 나온 누군가가 하는 말이 왠지 더 믿음이 가고, 사연있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왠지 더 애절해보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으로 누구나 가고싶은 도시가 뉴욕인 이유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뉴욕을 통해 우리가 뉴욕에 대한 좋은 이미지(더 나아가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현실은, 뉴욕의 자살율은 매우 높은편이어서 우리 생각만큼 그리 살기좋은 곳이 아님은 분명하다. -> 구글에서 "뉴욕 자살율"이라고 검색해보길...) 

 

 다시 우리 주위로 돌아와서,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라는 책은 이러한 점 매우 날카롭게 잡아낸 책이고, 이 책이 유행하자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학원이 설립되었다는 (확인되진 않은) 사실은 현대 사회가 얼마나 이미지(또는 기호)에 집착하고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좋아하진 않는다.)

 

 이러한 현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쨋건 이러한 견해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한다. 글의 앞부분에 밝혔듯 이것이 사람의 인지과정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보기는 하지만, 이미지에 대한 열망이 과열되어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현대인은 언젠가부터, 자신의 감각, 또는 현실감각을 점차 잊어버리고, 미디어와 허상에 눈이 침침해져가는 것은 아닐까 씁쓸하기도하다. 어쩌면 그 옜날 9시뉴스에 난입해 "내귀에 도청장치가있다"라고 했던 그 사람과 같은 사람들이 정신나간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에 잠식되어 현실감각을 잃어가는 현대에서 일종에 지표생물과 같은 사람들은 아닐런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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